노하기를 더디하는 부모

Homeschooling/샘솔빛풀 2009.12.25 댓글 Joshua95

어제는 제헌절로 오랫만에 연휴였습니다. 평일에는 아빠랑 잘 놀지 못하다가 주말이면 신나게 놀 수 있기에 샘이는 신이 납니다. 자다가 일어나서도 "아빠~" 를 외쳐대는 아들에게 엄마 안 찾고 아빠만 괴롭힌다고 입을 내 놓지만 그래도 은근히 기분 좋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전까지가 딱 좋을 시기입니다. 점점 아들과 뒹굴다가 보면 아들에게 하지말라고 해야 될 상황이 많이 생깁니다. "샘아, 이거 하지마", "샘아, 그건 아니지, 좀 더 기다려~" 등등의 말들이 늘어갑니다. 그러다보면 으레 따라오는 것이 "샘이~ 이놈~" 입니다.

3살 아이를 둔 아비로서 아이에 대한 체벌에 고민이 많게 됩니다. 점점 떼쓰는 것은 늘어가는데, 가만 두자니 버릇이 나빠질 것 같고, 매번 혼내자니 끝이 없어 아이 주눅들까 염려됩니다.

어제는 특별히 외갓댁에 다녀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어찌나 칭얼대던지 그만 엄마 아빠 모두 폭발을 했습니다. 샘이 엉덩이를 몇대 때리고 나서는 결국엔 샘이의 울음 또한 폭발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엄마 품에서 잠든 녀석이 참 측은한 생각이 들며 미안하더군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잠 푸욱 자고 일어난 샘이와 열심히 블록 쌓기를 하던 아빠는 또 한번 폭발 했습니다. 블록 하나 하나 움직일때마다 칭얼대서는 결국에는 아빠 손만 움직이면 울어대는 상황까지 가고 나니 아빠가 퍼엉~ 폭발한 겁니다. 우는 녀석을 앞에 세워두고 한참을 혼내키고 났더니,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습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편들어줄리는 없고 엄마도 아빠에게 용서받으라고 다그치자 샘이 녀석은 혼자가 "엄마~ 안아~"만 외쳐댑니다. "인석아~ 제발 아빠 잘못했어요" 해라 라고 속으로 바라면서 샘이를 계속 나무랬답니다. 처음에는 "싫어요~"를 연발하며 고집 부리던 녀석이 결국 풀이 죽어서 "꺼억꺼억" 하며 "아빠 잘못했어요" 라고 얘기하고 나서야 아빠와 샘이와의 전쟁이 끝이 났답니다.

이런 상황을 거치노라면, 어김없이 "노하기를 더디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마음 깊이 "이 녀석아~ 잘못했다는 한 마디만 해 다오"를 외쳐대며 나를 바라보고 계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아들 녀석을 향한 이 안타까운 마음이 곧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겠지요. 그렇게 노하기를 더디 하신다는 하나님과는 다르게 저는 왜 이렇게 노하기를 자주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상황도 모르고 그저 아빠를 대하다가 갑작스레 화가난 아빠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나는 노하기를 더디하는 하나님에게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자녀이면서, 아들에게 나는 노하기를 자주 하는 아비입니다. 좀 더 하나님을 닮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샘아. 노하기를 더디하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마.
너도 하나님 안에서 더욱더 아름다운 아이로 자라나거라.

- 2006.07.18 샘이 두돌을 20일 남기고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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