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Joshua/일기 2009.11.05 댓글 Joshua95

아내와 교회 가는 택시 안에서 택시 아저씨가 요즘 사람들은 희생 정신이 없다고 얘기를 한다. 봉사 봉사 하면서 자기 희생이 없다는 요지다. 듣다보니 맞는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 아저씨가 고무되었는지, 요즘 사람들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해야한다고 한다.

 
갑자기 이상한 결론인 것이다.
그렇잖아도 70년대 현대사 산책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그 박정희라는 사람이 독재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를 보며 역겨워하고 있던 차인데. 이미 도착 직전이라 그냥 계산을 하고 내리긴 했는데, 아주 기분이 찝찝하다.


"아저씨, 그 당시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지금이 그 시대였다면, 지금 현 정권을 씹고 있는 아저씨는 곧바로 중앙정보부에 들어가서 간첩으로 몰려 징역을 살 것입니다. 댁의 아들은 대학에서 유신 반대 데모하다가 다리 하나 절단해서 나올거고, 댁의 딸은 가난에 치여 버스 차장이나 하다가 결국 생활고에 사창가로 들어서겠지. 어디 박정희 시대가 그립다고 하면서 그렇게 말 함부로 합니까. 박정희 시대에 정권 비판이면 간첩으로 몰렸던 것 모릅니까?" 라고 한번 쏘아 붙여 줄 것을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


박정희처럼 경제만 살리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로 그렇단 말인가.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다.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는지 모른단 말이다. 그저 울타리에 갖혀 배 따뜻하기만 하면 만족스러운 돼지의 삶이 그리도 좋고 그립다는 말인가.


최근 중앙일보에 박정희 노래 동영상에 대한 기사가 실려서 보다 보니, 그 답글들이 가관이다. 우리 민족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둥, 당신을 사랑합니다 둥. 어용화된 언론에 세뇌된 우매한 사람들 같으니.다른 사람들 자유를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갈 때, 그저 주인님 하라는 대로 뿜어대는 언론, 방송에 세뇌되며 자족해 가던 사람들이 지금의 당신들 아닌가.


대단한 박정희라 하기에 내 스스로도 그의 지도력에 은근한 기대를 하였건만, 알면 알수록 그에 대하여 실망과 역겨움이 생겨날 뿐이다.


그는 단지 독재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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