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네 TV 제거 작전

Joshua/일기 2009.11.05 댓글 Joshua95

 1. 결혼 전 가전 제품을 고르면서 와이프와 TV 구입을 두고 고민을 하였다. TV를 사면 괜한 시간만 빼앗기고 대화 시간만 줄어들거라고 TV를 사지 말자는 아내의 얘기.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때라, 만약 TV 안 사면 월드컵때 딴 집 가서 축구 보고 올 거라고 반 협박을 하여 TV 구입 설득에 성공을 하였다.

 
2. 결혼 후 아니나 다를까 TV에 굴복하는 이 부부. 매 주 이번주는 TV 안 켜고 살기를 다짐하지만 어느새 TV 앞에 히히덕 거리고 있게 된다. 아내는 절대 TV를 안 켜지만, TV만 켜지면 초강력 몰입을 하게 되는 스타일이고, 남편은 TV를 보면서 다른 일을 하지만 TV를 안 켜면 허전해 하는 스타일. 결국 가만 일상을 내다보면, 남편이 TV를 켜고 아내는 TV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양새.


3. 긴급 대책에 들어간 부부의 첫번째 작전은 "TV를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리자". 마침 회사 친구가 아버지께로부터 분가하여 자취를 한다기에 우리 집 TV 를 가져가라고 얘기를 하였다. 그날 저녁 곧장 짐꾼 친구와 함께 차를 가지고 우리 집으로 온 친구. 저녁을 한끼 거하게 먹고 나서, 이제 TV를 가져가야 될 시간이 되었다. 마침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한참이던 때이기에 마지막 TV에서 방송되는 프로야구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것도 내 응원팀인 기아 타이거즈가 아닌가. 그 모습이 친구 녀석에게 안타까이 여겨졌나 보다. 내 모습에 도저히 TV를 가져갈 수 없겠노라고 그냥 저녁만 먹고 가 버린다. 무조건 가져가라고 얘기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살짝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는 이 부부를 보라.


4. 잘 보던 TV가 안 나온다. 유선 방송사에 전화해 보니 유선료를 안 내어서 끊어진 것이란다. 아니 유선 방송은 끊어지더라도 정규 방송이라도 나와야 되는 것 아닌가. 여하튼 TV 삼매경에 빠져 있던 우리 부부에게는 또 한번의 TV 제거 기회. 몇일을 TV 없이 살아보니 그런대로 살만도 하였는데. 아무래도 계속 마음이 허전한 남편이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내용은 유선을 달고 영어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 --a 한번도 실패한 적 없는 남편의 아내 설득에 결국 아내는 두손을 들고(들어주고?) 유선을 다시 신청하게 되는데.


5.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다시 뇌리를 스친다. 2004년 5월 14일. 남편의 입에서 TV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다. 도무지 TV때문에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아내에게 TV 제거를 제안하고 결국 대대적인 방 구조 개편에 들어가다. 일단 동네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TV 박스를 가져다가 TV를 박스안에 넣어버리고, 책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방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결혼 후 첫 구조 개편. 드디어 그렇게 시도했던 TV 제거 작전이 끝났다. 시원 섭섭한 마음이다.


6. TV가 없다보니, 저녁 시간이 허하다. 이렇게 1주일 보내면 금방 익숙해 질 것이야. 어떻게 얻어낸 남는 시간인데, 반드시 유익하게 사용해야 한다. 반드시.. --+


From Joshua(04-05-19)

'Joshua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0) 2009.11.05
아내의 29번째 생일  (0) 2009.11.05
위험한 인사  (0) 2009.11.05
지하철 한잔  (0) 2009.11.05
엄살 대결  (0) 2009.11.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