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무나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자로 업무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지치게 됩니다. 무언가 새롭게 만들고 멋지게 보여주며 런칭하는 시점을 지나고 나면, 금새 유지보수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이슈와 반복되는 패치들에 시달리게 되지요. 그리고 그 범위에서 정체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나마 신규 제품을 개발하던 시점에 있었던 사람들은 새롭게 만들어봤다는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낫습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미 출시된 제품의 유지보수 기간에 입사하게 되면서 남이 만든 코드를 들여다보며 조심스레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천천히 지쳐가게 되지요.
이를 완화해 보고자, 팀장이 되고 나서 강조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외부 세미나 참석입니다. 스스로 지식의 환기를 좀 하고, 새로운 시야를 보고 들으며 새힘을 얻어보라는 취지입니다. 첫해 팀원들에게 의견을 구해보고 나름 파격적으로 1분기당 1일의 세미나를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1분기에 하루를 빼 줄테니 외부로 나갔다 오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팀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가지를 않습니다. 다들 업무하고 있는데 본인만 빠져서 세미나 다녀오기가 부담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3년째 되는 올해는 작전을 좀 바꿨습니다. 우선은 외부 세미나 후의 발표가 부담된다고 하여, 올해 한정으로 발표는 완전 자유로 선언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PL들을 상반기에 필수로 하루 정도 세미나 참석하도록 강제 했습니다. 오프라인 세미나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집중해서 온라인 세미나 들을 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얘기하고 우선 리더들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3년째 되는 지금 시점에야 슬슬 외부 세미나를 찾는 팀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최근 외부 세미나를 다녀온 팀원과 면담하다 보니, 처음 외부 세미나를 다녀왔는데 참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밥이 맛있었다고 한참을 얘기합니다. 어느 팀원은 유료세미나에 대한 지원도 요청을 합니다. 아직은 교육비 예산 산정이 없었는데, 내년에는 잡아보자고 다독였습니다. 그렇게 외부 세미나를 다녀오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듯 합니다.
개발팀에 외부 세미나 참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얘기를 종종 합니다. 실제 외부 세미나들이 대체로 자사 솔루션을 홍보하는 용도로 활용되다 보니 건질만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다는 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럼에도 개발자들에게 얻는 것 없어도 가보라고 권합니다. 가서 타사 솔루션도 보고, 동향도 대충 들어보고 거기 모인 다른 개발자들의 모습들도 보고 느껴보라고 합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말이지요.
업무 하루를 빼는 것이 아깝지 않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발자의 하루는 하루일 수도 있고, 1시간 일수도 있고, 1주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의 집중도와 자세에 따라서 시간은 의미가 없어지곤 합니다. 스스로 업무에만 매몰되어서 갇히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시야를 넒히도록 투자하자는 것입니다.
우리팀에는 외부 세미나 담당자가 있습니다. 연간의 세미나의 일정을 기록해 주고, 참석자들을 기록해 주는 문서를 관리합니다. 잔뜩 불어난 외부 세미나를 보면서 저만 혼자 흐뭇해 하곤 합니다. 저의 바람은 외부 세미나를 자연스레 참석하고, 자연스레 팀원들과 그 느낌과 배운 것을 공유하는 팀의 분위기가 되는 것입니다.
천천히 그 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2023.07.27 삼평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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