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문화 만들기 - 직급별 미팅

Joshua/직장 2023.08.05 댓글 Joshua95

 우리팀은 20명이 넘는 개발팀입니다. 인원이 많은 팀을 맡다보니, 팀원들이 작은 파트만으로 파편화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팀에서 진행하는 전체 이벤트로 월례회의나 개발자 토론, 회식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는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해서 같은 팀임에도 말 한번 섞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친하지 않으니 서로 의견 나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팀의 모임들은 주로 팀장만 떠드는 시간들이 되어 갑니다.

 이를 바꿔보고자 팀원들의 의견들을 들어보았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기에 가장 편한 상대는 같은 직급과 나이대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직급별 미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파트에 있는 같은 직급의 사람들과 한달에 한번 모이기로 한 거지요. 이 시간에는 특정 주제에 대해서 1시간 가량 같이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우선은 한달에 한번 모이기 위해서, 주임 / 선임 / 연구원 / 책임+수석 으로 4개의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우선 1년간 진행할 수 있도록 회의실을 예약하여 회의 초대를 했습니다. 한달 주기의 첫째주 미팅은 주임 그룹으로 잡았습니다. 경력이 3년이 쌓여서 일을 할만하고, 자신감도 있어서 다양한 의견을 내 놓을 주임 직급을 선두에 배치한 거지요. 이어서 선임 그룹. 그리고 아직 회사 적응이 안되어 주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을 연구원을 3번째 주에 배치했습니다. 주임, 선임 그룹의 답변 사례를 들려주며 이야기를 해 가기 위함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책임+수석 그룹입니다. 책임+수석 그룹은 다른 직급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직급입니다. 무언가 다 알고 있을 법하고, 의견을 내면 교정해 주려고 하고, 고집들도 있어서 존재만으로도 그냥 무섭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직급의 의견들을 취합해서 책임+수석님과 곱씹어 보는 시간으로 가지기 위하여 가장 마지막 주로 배치했습니다.

 직급별 미팅의 핵심은 우선 우리팀이라는 주제에 대한 논의입니다. 의외로 우리가 팀에 속해 있지만, 업무에만 몰입하다 보면 팀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게다가 업무를 하다보면 점점 개인화 되어 가는데, 이를 팀과 팀웍이라는 것으로 환기시키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올해의 직급별 미팅 주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1월 : 우리팀의 그라운드 룰
- 2월 : 개발자의 역할 / PL의 역할
- 3월 : 팀웍에 대하여
- 4월 : 팀장의 역할
- 5월 : 개발자 문화 만들기
- 6월 : 피드백 질문 만들기
- 7월 : 스터디 모임 진행 방식
- 8월 : 수직 문화 & 수평 문화


 올 초에 시작해서 8개월의 진행 중인 실험적인 미팅이지만, 지나고 보니 무언가 얻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그 중 하나는 팀원들의 이야기들이 풍성해 진다는 것입니다. 주제에 따라서 얘기하다보니 개인의 경험과 성향을 알게 되고, 서로 이해하게 됩니다. 원래 목표했던 파트간의 만남도 자연스러워졌지요. 게다가 저는 예상하지 못한 얻은 것도 있습니다. 제가 팀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이 시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매월 1번 진행하는 월례회의 시간에 하고 싶은 말들을 하려다 보니 잔뜩 준비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함을 느꼈는데, 직급별 미팅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되고 해소가 됩니다. 추가로 팀웍에 대한 팀원들의 체득화입니다. 근래에 개인 면담에서 자연스럽게 직급별 미팅 주제를 얘기하는 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럴 때면 이 시간에 나눠진 주제가 팀원들에게도 천천히 스며들어 어느새 체득화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해 집니다. 

 한 해 12번의 주제를 돌고 나면, 내년에는 올해 주제를 다시 돌아보며 보완 개선해 보려고 합니다. 팀원들은 한 달에 한번의 직급 미팅이지만, 저는 매주의 미팅입니다. 제 스스로 버거운 마음을 지우고자, 요즘 위장 때문에 금기시 된 커피를 직급별 미팅 시간에만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 마시고 싶은 마음에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만들려는 시도이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왜 만드는가 스스로 자문해 봅니다. 매니저가 된 이상 최대한 팀을 위한 일들을 해 보자. 팀웍이 좋은 팀이 개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끌어가는 조직보다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마음껏 체험해 보자. 이것이 나의 답변입니다. 우리 팀원들이 개발자로서 팀웍의 중요성을 체험하며 좋은 성과들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혼자서 뛰어나게 잘하는 개발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할때 더욱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3.07.20 삼평동에서

'Joshua > 직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발문화 만들기 - 외부세미나  (0) 2023.11.20
개발문화 만들기 - 1:1미팅  (0) 2023.08.12
개발문화 만들기 - 개발자 토론  (0) 2023.07.30
성과가 좋지 않은 팀원  (0) 2023.01.07
일정 기여도 평가  (0) 2021.07.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