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낙상

Homeschooling/샘솔빛풀 2012.07.17 댓글 Joshua95

솔이가 창문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종종 창문에 걸터앉아서 노는 모습을 보았는데그 날도 창문에 걸터앉아서 구슬을 가지고 놀다가 방충망과 함께 창밖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2미터는 족히 되는 높이입니다전화를 받고 급히 집에 도착하니 엄마 품에서 솔이가 울고 있습니다평소에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익숙한 아들이기에 마음이 더욱더 아픕니다. 솔이를 안아들고 다친 부위를 살피니오른손 손가락이 찢겨서 엄마가 급히 해준 붕대를 묶어두었고 왼쪽 머리가 살짝 부었습니다. 앞머리 중간은 몇군데 스크래치가 나서 피가 났습니다

 

솔이와 함께 일단 집을 나섭니다아직 병원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디론가 가야될 듯하여 무작정 나섭니다참담한 마음과 깊은 근심을 안고 차에 앉고 나니 막막하기만 합니다우선 익숙한 소아과를 가기로 결정을 합니다소아과에서 힘이 빠진 아들을 안고 진료 시간을 기다립니다울다 지친 아들은 잠이 들어갑니다. 솔이를 본 소아과 선생님은 보자마자 큰 병원으로 갈것을 권합니다. 2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 봐야 할 것 같답니다소견서를 받아들고 그 소식을 아내에게 전하려니 마음이 참으로 아립니다너무 놀라고 걱정 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급하게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응급실 의사들이 아들을 진료합니다긴장되고 타들어가는 듯한 시간들몇가지 검사를 하고 담당의와서 결과를 논의합니다외관으로는 괜찮은 것 같으나,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CT 촬영을 해 볼 수 있노라고하지만  어린 아이에게 CT 촬영을 하게되면 그것 만으로도 향후 10 10만 중 2명은 암에 걸리 수 있다고 합니다짧은 시간 고민하고 바로 촬영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몇일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찢어진 손을 꿰매기 위해 잠시 마취를 하고 나자 이내 솔이는 잠이 듭니다그 사이 왼쪽 머리는 상당히 부어 올랐습니다점점 더 부어가는 얼굴에 안타까움이 더해갑니다마취가 일부 풀린 솔이가 흐느끼며 웁니다응급실 한 구석 침대에서 흐느끼는 아들의 울음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아들을 달래고 달래도 그저 흐느끼며 웁니다다친 곳이 아픈 것인지, 그저 자신의 상황이 괴로운 것인지 솔이는 그저 울기만 합니다.

 

마취가 풀리고 급히 달려온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옵니다그 후 며칠을 혹시 더 아프지는 않을지토하지는 않을지 안절부절 아들의 상태를 주지하였습니다잠을 자던 중에 꿈에서 솔이가 토하는 꿈을 꾸어 화들짝 놀라 깨기도 했지요낮잠 자고 울면 머리 때문에 우는 것인지 염려하고입맛이 없어하면 머리를 다쳐서 그런 것인지 마음이 덜컥 했습니다다행히 이후 부었던 머리는 가라앉고 멍이 눈 밑으로 내려오더니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고를 또 한번 겪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나는 참 무력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입니다무언가 거창하고 무언가 거뜬히 해낼 듯한 시간들 속에서도 한순간 무너지고 깨어지는 평안에 두손을 들 수 밖에 없습니다오직 하나님 만이 전능하신 분이심을 고백할 수 밖에요내 힘, 나의 능력이 이렇게도 무력한 것임을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두번째 생각은 일상의 소중함 입니다응급실에 아들을 안고 대기하다보니 건강하게 함께 뛰놀던 아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던지요이렇게 한 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구나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는 주님 만이 아시는 것인데영원할 듯 누리는 이 시간의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가.

 

세번째 생각은 아내의 소중함입니다함께 놀라고 좌절하고 무력해 하며 아들의 완쾌만을 바라면서 아내와 함께 나누고 누릴 수 있음이 너무도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혼자 내버려진 듯한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요이러한 사건, 사고와 갈등과 나눔이 아내와 저의 삶이 되는 것이겠지요.  시간,  사건들 속에 함께 해 주는 아내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주절주절 말이 필요 없이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함께 힘들어했을 아내가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습니다.

 

우리의 삶은 참으로 무력합니다. 참으로 순간입니다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는 그 삶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삶입니까완전히 무장해제된 상태에서라도 하나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이렇게 삶을 살아갑니다생활 속의 기쁨과 좌절과 갈등과 염려들 속에서 하나님께 두 손 들고 도움을 구하며, 은혜를 구하며 한순간 한순간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저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Joshua95 (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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