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지 않는 홈스쿨링

Homeschooling/샘솔빛풀 2013.08.27 댓글 Joshua95

이보게 친구,

 나는 요즘 홈스쿨링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네. 과연 홈스쿨링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일세. 누군가는 홈스쿨링이 그저 아이들에게 거친 아이들이나 선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 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고급 엘리트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단언해 버리기도 한다네. 어떤 이는 온실 속의 화초를 만들어 가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 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세상을 품겠다면서 세상에서 도망가는 모습이라며 나무라기도 하네.

 도대체 홈스쿨링이 의미하는게 무엇인가. 홈스쿨링이라는 것이 그리도 큰 의미를 주고 생각해야 되는 그러한 것인가. 어찌 홈스쿨링이라는 것이 고급 엘리트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각종 학원이며 과외, 알지도 못하는 경쟁 속에 몸을 맡기고 휩쓸려 가는 저 아이들을 보게나. 저 횡포한 강물 속에 뛰어들지 않는 것만을 두고 어찌 고급 엘리트 교육이라는 둥 비아냥 거릴 수 있는가 말일세. 오히려 그저 경쟁력 없고 무지한 낙오자를 만드는 교육인 것은 아니냐고 우려를 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렇다면 도대체 홈스쿨링을 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좀 더 귀를 열고 들어볼 필요가 없겠나 말일세.

 어떤 이는 마치 홈스쿨링 하는 것이 부유한 특권인냥 부러운 시선으로만 쳐다보는 이들도 있다네. 하지만 어찌 그것이 부유하다고 할 수 있는가. 객관적으로 부유한 것을 찾자면 맞벌이를 하는 부모의 수입이 훨씬 많지 않겠나. 부모 중 하나는 외벌이로, 또 하나는 주부 겸 선생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니 반쪽의 재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어찌 부유하다고 할 수 있겠나. 홈스쿨링이 부럽다면 그냥 부모 중 하나가 일을 그만두고 집안에 나 앉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홈스쿨링은 가난하고 고단한 교육이 아니던가. 돈도 적게 들어갈 뿐더러 엄마는 시간에 지쳐가고 아이들은 심심함과 싸우다 지쳐 나뒹구는 책이나 무료하게 읽어대는 모습이라오. 어디에서 고급 엘리트 교육을 떠 올릴 수 있단 말인가. 각종 학원와 과외도 부족해 밤을 새우며 풀어대는 고가의 학습지들, 필요하다면 재정적인 무리를 해서라도 어린 자녀들을 타지로 보내어 교육하는 것이 대부분의 부모들의 마음 일텐데, 이것이 되레 고급 교육이 아니겠는가. 홈스쿨링이 고대의 근사한 개인 교사라도 두고 화려한 커리큘럼을 계획하여 진행하는 전문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건가? 우리의 홈스쿨링은 가난하고 고단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교육하고 싶은 마음의 결단일 뿐이라오.

 어떤 이는 홈스쿨링이 온실 속의 화초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오. 세상 속에서 거칠게 살아내야지 왜 아이들을 약하게 키우냐는 것이지. 하지만 굳이 농사를 지워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아는 것처럼, 어느 누가 조그만 비닐 하우스 속의 모종을 온실 속의 화초라고 비난하며 모질게 찬 바람에 내어 놓는단 말인가? 모종은 필요한 시간 만큼 온실 속에서 튼실하게 성장을 한 다음에야 거센 풍파 속에서도 꼿꼿이 열매를 떨구지 않던가. 제발 부디 하우스 속에서 커나가야 할 그 시기의 새싹들에게 무리한 성장을 요구하지 말게나. 도대체 왜 이렇게 열매 욕심에 급급하여 정녕 기다리고 참아둬야 할 시간을 재촉하는가.

 혹시 홈스쿨링이 그저 제 자식 감싸안고 오냐오냐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홈스쿨링은 다양한 교육의 방법 중 한가지 방법일 뿐이라오. 누군 일반 학교로, 누군 대안 학교로, 누군 예술 학교로, 누군 특성화 학교로 , 혹 누군 유학으로. 우리는 이미 모두 이렇듯 다양한 방식의 교육 중 하나를 택해서 오지 않았던가. 그 중에 홈스쿨링 하나 끼우는게 뭐 그리 굉장한 일인가. 그저 선택의 하나일 뿐인데. 

 모두들 최고의 대학, 최고의 직장을 향하여 돌진할 때 누군가는 경쟁에 무관하게 자기 좋은 일 하면서 살 수도 있는거 아닌가. 모두가 부자를 꿈꾸며 살 때 누군가는 그저 가난해도 만족하며 사는 것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왜 그 경쟁이 싫다는데, 언젠가 자기네 아들의 경쟁자 한명을 낙오시켜 주겠다는데 그리도 성화란 말인가. 어떤 아이들은 대학생 되기 전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 수도 있는게지. 문제집 살 돈으로 네버랜드 클래식 한 권 더 사고, 학원비 대신 악기나 하나 더 배우고, 기숙사 들어가는 대신 농장에서 흙이나 한번 더 파 보면서 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뭐 굉장한 얘기거리나 되는가.

 내가 나중에 받지도 모를 아들로부터의 원망을 어찌 자네가 그리도 걱정하는가. 자네야말로 그렇게 경쟁 속에 밀어 넣어둔 자네의 아들에게 받을 원망은 어찌 걱정하지 않는가. 도대체 자네가 믿고 맡겨둔 학교의 선생님이나 내가 믿고 맡기는 아내나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나는 아들을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는 마음을 포기해 볼까 하네.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이 좋은 대학 나와서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다네. 지금의 고생이 나중의 너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고 싶은 마음 또한 없네.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행복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라고 가르치고 싶다네. 아이가 독립하기 전에 좀 더 오래 같이하고 함께 삶을 나눌 방법을 고민해 보려하네. 내 기꺼이 아이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려 하네. 아이에게 좋은 직장을 포기해야 될수도 있다고 애기해 주겠네. 도대체 그 잘난 좋은 직장이라는게 뭔지는 모르겠네만 말일세. 

 자, 이제 더 무얼 포기하면 홈스쿨링을 그저 덤덤히 받아주겠나. 대인 관계를 얘기하고 싶나? 매일의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한세대 앞선 부모와 나이차 나는 동생들을 곁에 두는 것 이상 무슨 대인 관계가 필요하단 말인가. 또래 친구들 간의 대인 관계로 축소해 보려나. 근 20년을 동년배 또래들과 교육해 온 나는 지금 연락되는 친구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오. 주위 사람의 수가 대인 관계의 긴밀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친구의 사귐은 주위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한 명이라도 친밀하게 다가가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냔 말일세. 한 학년 5명이던 시골 아이와 한 학년 500명 도시 아이 중 어찌 도시 아이가 대인 관계가 좋다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냔 말일세.

 모든 사람이 하는 것을 유난 떨면서 안 하려고 한다고 구박을 하는 사람도 있다네. 사실 그렇긴 하네. 그래도 이 사회에 이런 유별난 사람 한 둘 있는 것도 괜찮지 않나. 무료 급식 하지 않으니 밥 값이라도 현금으로 달라고 보채는 것도 아니고, 한글도 모르는 무식쟁이 아이를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그냥 모두들 달려가는 세상에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눈 딱 감고 인정해 주는 것도 나쁠 것 없지 않겠나. 자네가 공교육 속에서 더 나은 성적을 요구하며 아들에게 들이대는 압박으로 주는 상처나, 내가 경쟁 속에 밀어넣지 않고 홈스쿨링하여 대오에서 낙오하여 괴로워하며 받게될 내 아들의 상처나 서로 비슷하지 않겠나.

 이 모든 것이 여러 선택 중 우리가 서로 결정한 것 뿐이지 않나. 누군들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있겠나. 그러니 이렇게 더욱 하나님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지 않던가. 나는 홈스쿨링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변론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네. 언제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공교육으로 급선회할 용의도 있다네.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지금도 매 순간마다 아이들의 양육을 내 욕심으로 망치는 듯 하여 불안해하며 갈팡질팡 한다네. 하지만 여전히 홈스쿨링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주셨고, 그 마음이 여전히 강해서 버겁게 이 길을 가는 것이라오. 그러니 부디 무책임한 아비라도 비난하지 마오. 나는 자네에게 한 아이의 아비로서 내가 한 지금의 이 결정도 존중 받기를 바라는 것 뿐이라네. 그저 진심어린 관심으로 지켜봐 주게나. 자네의 그 관심이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힘이 될 터이니 말일세.

 도대체 우리에게 주신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보시기에 합당하게 양육할 수 있는 것인지 같이 고민해 보세나. 우리 삶에 하나님 주신 굉장한 비전은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하고 명확한 것 하나가 이 아이들을 양육하라는 비전을 주신 것 아니겠나. 자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네.

 - 2013.01.08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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