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줌마의 하루

Joshua/일기 2010.11.10 댓글 Joshua95

요즘 아내가 막 태어난 두 딸과 조리원에 있는 관계로 아들 둘과 하루 종일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름 아내 임신 기간 중 수습 기간을 가졌던터라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던터였는데 오늘 그 생각이 와장창 깨졌네요. 오전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요. 나름 수월하게 아침밥을 마치고 점심 식사 준비하던 중에 일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들들이 좋아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두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우엉조림을 만들 요량으로 채칼을 잡아들었지요. 이 채칼이 편리하긴 하지만 사용 중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아내에게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해대던 그것입니다. 뭐 우엉조림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 만만하게 우엉을 잘라가는데... 어느 순간 우엉을 놓쳤습니다. ㅠ.ㅜ 엄지 손가락이 우엉의 위치를 대체하면서 쓰윽~ 아차 하는 순간도 잠시 흘러내리는 피를 막느라 집에 있는 거즈를 모두 사용해서 간신히 지혈을 했습니다. 처음에 지혈이 안되서 고생하다 간신히 지혈을 시켰습니다.

거즈로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칭칭 감고 간신히 지혈을 시키는 중에 어항 청소하는 큰 아들이 어항 부품을 잃어버렸답니다. 지혈을 위해서 오른손이 웬지 심장보다 높아야 할 것 같아서, 손을 치켜들고 부품을 찾으러 왔다갔다 정신 없습니다.

그런던 중에 바닥에 앉아서 자동차 놀이에 집중하고 있던 작은 아들을 훌쩍 지나간다는 것이 그만 아들의 어깨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방바닥에 앉아서 잘 놀고 있던 작은 아들은 오른손 들고 가는 아빠의 오른발에 채여서 그대로 뒤로 넘어갔습니다. 가뜩이나 머리 무거운 짱구 솔이는 쿵 소리와 함께 으앙 울음을 터뜨립니다. 얼떨결에 아빠 발에 채였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아빠는 오른손을 머리 위로, 왼손으로 우는 아이 안아들고 달랩니다. 미안~ 아들~ ^^;

간신히 작은 아들을 달래고, 어항 부품을 찾아서 큰아들 주고 나서 밥은 먹여야 하겠기에 주방으로 왔지요. 우엉조림은 물 건너갔고, 초간단 고등어 구이를 하고자 냉동실에서 고등어를 꺼냈습니다. 포장만 벗기고 가스렌즈에 굽기만 하면 되지 초간단이지요. 그런데, 오른손 엄지 부상으로 인해서 가위질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왼손으로 시도하려고 해도 익숙하지 않아서 안되고... 슬슬 분노가 밀려옵니다. 후아.

어떻게 어떻게 고등어를 구어서 밥 준비 중인데, 작은 아들이 쉬 마렵답니다. 쉬통에 작은 아들 오줌을 받아주고, 바지 입힌다고 손을 휘익 하다가 오줌 통을 엎질렀습니다. 흐으. 제발.

오늘은 왜 이리 정신을 없을고 생각하며 아내에게 가기위해 아이들 채비를 마쳤습니다.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 집안 점검을 합니다. 오늘 일진이 사나우니 꼼꼼히 점검하고 가야지 맘 먹고 집안을 둘러보다 보니, 이런 점심때 전기 밥통에서 밥 푸고 뚜껑을 안 닫았네요. ㅠ.ㅜ 흑, 밥이 딱딱히 굳어버렸습니다.

아, 오늘은 정말이지 정신 없는 날이네요. 아내에게 가서 이래저래 푸념을 하면서 저녁을 맞이합니다. 조리원에 가면 흥분해서 뛰노는 아들들을 다그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아내랑 이런저런 얘기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지나가나 했지요. 뛰노는 아이들 진정도 시킬겸, 손가락 약 사면서 사온 동그란 비타민 한알씩을 먹여주었습니다. 잠시 뛰노는 작은 아들이 사랑스러워 한번 안아주고 내려주었는데, 갑자기 커억커억 합니다. 비타민이 목에 걸린 것입니다. 순간 깜짝 놀라서 아들을 뒤집고 등을 몇번 쳐 봅니다. 일단 목이 아프다며 우는 것을 보니, 기도가 막힌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만, 계속 목이 아프다고 울어댑니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몇번 아들 등을 쳐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잠시 물뜨러 갔다온 엄마도 놀라서 솔이 입에 손을 넣고 토를 하게 하려고 시도해 봅니다. 몇번 시도하니 괴로운 솔이가 엄마 손을 물었습니다. 이런 저런 시도 후 그래도 기도가 막힌 것은 아니라고 진정을 하며 엄마가 아들을 잠시 안아주니, 솔이 목과 배에서 꾸륵꾸륵 소리가 납니다. 그 이후에야 좀 편안해 진 모습입니다. 모두 깜짝 놀라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집에 와서 아이들 재우고 생각하니, 오늘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군요. 계속되는 사건의 연속 속에서 정신없이 지나온 하루입니다. 뭐, 아줌마들의 삶에서 이 정도는 일상다반사겠죠? 아, 초보 아줌마의 하루는 점점 좌충우돌 입니다. 에고. 오늘아, 어여 빨리 지나가거라.


< 이정도는 베어봐야 나 살림 좀 해 봤노라고... --a >

 - 2010.11.02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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