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가 막달이라 다시 제가 가정주부 모드입니다.
지난주에는 간만에 멸치볶음을 했습니다. 기존에는 아내의 코치를 받아서 매실액기스를 양념으로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마침 매실이 떨어져서 새로운 레시피로 시도를 했습니다. 이름하여 멸치간장볶음이라고. 아내에게 아이폰 자랑도 할 겸 요리앱을 받아서 시작을 했지요.
맛있게 생긴 요리 사진을 가진 레시피를 선택한 후 재료를 보니 우리 집에 모두 있는 재료들이군요. 옳다구나 요리에 들어간 저는 난관을 만났습니다. 재료에 나온 "멸치 반되" 때문이지요. 몇 g이 아니라 되로 표기된 래시피에 잠시 주춤했습니다. "되"라면, 그 사각형 나무 상자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반되면 얼마나 되는 걸까요?
대충 재료의 양을 알아야, 그 비율에 맞추어 양념의 양을 결정할 수 있는데 모든게 가늠이 안되는거지요. 어쩔 수 없이 대충 집에 있는 멸치를 다 쏟아 붓고 볶으면서 대충 양이 맞기를 바랄 수 밖에 없더군요. 양념을 만들고 어느 정도 볶은 멸치에 양념을 넣는 순간, 아차 양념이 부족한 듯 합니다. 좀 섞다보면 괜찮아지려나 열심히 휘저어 보지만, 점점 멸치는 타들어가는 듯 합니다. ㅠ.ㅜ
요리 래시피의 멸치 볶음 사진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맛난 볶음인데, 제가 만든 볶음은 윤기는 하나도 없고 멸치는 멸치대로 흐느적 거리는 이상한 볶음이 되어 버렸네요. 도대체 멸치 반되면 얼마나 되는 걸까요. 각 집마다 그 네모난 사각형 박스를 가지고 수량을 재면서 요리를 하는 겁니까.
결국 간만에 만든 멸치 볶음은 이게 볶음인지 삶은 것인지, 간장을 섞은 건지 만건지 이상한 요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와이프에게 주말까지 아들들에게 다 먹이라고 당부하고 쳐다보질 않았습니다. 결국 아직 맛을 잘 모르는 솔이 만이 열심히 먹더라는 후문이...
요리가 엉망이 되었을 때, 가장 맘 아픈 것은 만든 사람 아니겠습니까. 짜다, 싱겁다 하지 말고 그저 맛있다 먹어주는 센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여튼 제가 주중에 집에서 밥을 먹지 않다보니, 멸치 볶음의 반응을 보지 않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조만간 다시 시도할 때는 반되의 양을 정확히 숙지하고 시작해야 겠습니다.
- 2010.10.05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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