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사 규칙 중에 하나는 자기 밥을 다 먹지 못한 사람은 간식을 못 먹는다 입니다.
부득불 입맛이 없는 경우에는 식사 전에 미리 얘기해서 밥을 덜 수 있다가 예외 조항이지요.
주말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샘이와 솔이 모두 입맛이 없습니다.
좀 더 큰 샘이는 너무 배부르다는 말을 엄마 아빠에게 살살 흘립니다.
이런 경우, 엄마 아빠가 샘이 밥을 한숟가락 도와줄 수 있다는 잔꾀 덕입니다.
역시나 샘이의 생각대로 컨디션 좋은 엄마가 한숟가락, 아빠가 한숟가락 도와 주었습니다.
덕분에 샘이는 밥 한그릇을 간신히 다 먹었습니다.
샘이가 밥 한그릇을 다 먹기 위해 이렇게 끈질기게 엄마 아빠의 도움을 기다리며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역시나 간식 덕분입니다.
엄마, 아빠가 밥을 다 안 먹으면 진짜로 간식도 안 준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예전 어느 날에는 교회를 가던 중에 엉엉 울어서 이유를 물으니,
자기가 밥을 남겨서 교회에서 주는 간식을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 슬퍼서 운다는 적도 있었지요.
문제는 우리 둘째 솔이 입니다.
경험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름의 뜻처럼 굳센 고집도 있다 이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밥 먹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더니 엄마에게 안 먹겠노라 통보합니다.
엄마, 아빠도 아이가 간식 안 먹게 하는게 상당히 괴로운터라
형아처럼 좀 도와주고 같이 간식을 먹으려고 달래는 시도를 해 보나
역시나 "엄마, 시러요!"로 단호합니다.
결국 솔이는 간식을 안 먹기로 하고 식탁 의자에서 내려 줍니다.
아직 이해력 부족한 듯한(그렇다고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 알고 있는) 솔이는 간식 타임이 되자
"미숫가루~", "다음 사과~"를 외칩니다.
다시 한번 엄마, 아빠가 식사를 남겼으니 이번 간식을 없다고 얘기해 줍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 샘이만 미숫가루와 복숭아를 간식으로 먹습니다.
솔이에게는 차라리 덜 괴로우라고 식탁 밑에서 책이나 보라고 얘기하고 말입니다.
아마 곧 자기만 간식을 안 준다고 엉엉 울거라 생각되어 괜히 염려가 된 엄마, 아빠는
여러번 오늘 간식을 못 먹으니 내일 같이 먹자고 토닥 거립니다.
맛있게 간식 먹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배회하던 솔이는
슬금 슬금 식탁 자기 의자에 올라옵니다.
스스로도 간식 못 먹는 것을 알고 있는 솔이는 돌아가며 엄마, 아빠, 형아 얼굴을 바라봅니다.
예상했던 울거나 시무룩함도 없이 그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가족들의 상황을 지켜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빠가 가라앉은 미숫가루를 포크로 한번 휘익 저어서 내려놓습니다.
그 순간, 솔이가 내려놓은 포크를 집어들더니 자신의 입으로 쑤욱 집어 넣습니다.
순간적으로 돌아본 솔이의 얼굴에는 천하를 얻은 듯한 만족감에 얼굴이 환합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우리 가족들은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을 터뜨립니다.
너무도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알겠고 결국 눈치보다가 포크에 묻은 미숫가루라도 먹겠다는
솔이의 행동이 너무 우습고 귀여워서 말이지요.
그렇다고 간식을 먹기 위해서 열심히 자기 밥그릇을 비운 샘이를 생각해서라도
솔이에게 간식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제가 다 먹은 미숫가루의 빈 컵 속 얼음이라도 먹으라고
살짝 식탁에 내려놓았습니다.
아이에게 징계를 하는 것은 부모로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중간 중간 그냥 넘어가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지요.
하지만 그 시간을 정확하게 징계하고 훈계해 주는 것이
다음번에는 더욱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저희 부부는 경험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다음날 솔이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밥을 달라고 엄마를 깨웠습니다.
밥과 과일을 뚝딱 먹고 나서 다시 잠이 들고서는
가족들이 아침 식사할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밥 한그릇을 비우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간식 사건에 처하는 솔이를 보고는 엄마는 딱 솔이 스타일이라고
흐뭇하게 웃습니다.
샘이와 솔이는 이렇게 좌충우돌 자라고 있습니다.
올 가을 태어날 빛이와 풀이까지 더하면 우리집은 제대로 좌충우돌 이겠지요.
From Joshua95(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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