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퇴근 중에 항상 동영상을 보면서 퇴근합니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꼽고 꾸벅꾸벅 졸다가 가다보니 도대체 주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보이질 않게 됩니다.
그런데 어제는 제가 늘 가지고 다니던 P2를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퇴근길에 귀를 틀어막지 않고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 옆에 아주머니 두 분의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아주머니1: 아니, 저것이 뭐시여.
아주머니2: 글씨. 저것 강아지 아니여.
아주머니1: 아니여. 저건 강아지가 아닌 것 같은디. 털이 하나도 없잖여.
아주머니2: 아, 저건 수달 같은디.
아주머니1: 그런가. 뭔 수달이 저기 붙어 있다냐.
아주머니2: 워메 여기 저기 많이도 달려있네 그려.
대화를 듣다보니, 아주머니 들이 도대체 뭘 보고 저러나 궁금함이 앞섭니다.
눈치 못채시게 살짝 고개를 들어서 아주머니들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지하철 위쪽의 광고 간판이 보입니다.
여러 동물들의 사진이 나와있는 광고가 그 지하철 칸 모두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도대체 어디에 수달이 있나 찾아봤더니, 수달은 어디에도 없고
유력한 후보로 씨익 웃고 있는 물개 사진이 하나 보입니다.
아주머니들이 수달이라고 결론 내린 동물은 바로 물개였던 것이지요.
아주머니들의 대화가 재미 있어서 푸훗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구메. 저기에도 수달이 있네~
또 다른 수달(?)을 찾은 얘기가 들려오면서 아주머니 한분이 저에게 눈길을 돌리는데
저는 뿜어 나오는 웃음을 꾸욱 참으며 모르는 척 아주머니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아주머니가 한참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아 내 웃음이 들켰나 싶어 더욱더 우스워집니다.
여튼 오늘 지하철 물개 사진은 그렇게 수달이 되어서 웃고 있습니다.
물개에게는 영광일지 치욕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수달이 되어 씨익 웃고 있습니다.
- 2010.05.26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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