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생활

Joshua/일기 2010.04.20 댓글 Joshua95

우리집 홈스쿨 성서 가정학교의 정원을 3명으로 정해두고

입학생 모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4명의 학생이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7살 샘이, 3살 솔이, 그리고 엄마 배속에 예비 입학생 2명입니다.

 

이런 연유로, 엄마가 꼼짝없이 집에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몸이 안 좋았던 터라, 정말 꼼짝마라 입니다.

그덕에 결혼 전에 밥도 못하던 아빠가 주부가 되었습니다.

밥이야 몇번의 경험이 있지만,

모든 집안일을 진두지휘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정신이 없습니다.

식사는 물론이고, 설겆이, 빨래, 다림질, 청소, 아이들 목욕 모두 아빠 차지입니다.

 

회사를 마치고 퇴근해서, 설겆이하고 빨래, 다림질 좀 하고 나면 12시가 훌쩍입니다.

마지막으로 내일 마님과 아드님들 먹을 쌀을 4컵 밥솥에 예약해 놓으면 일과 끝입니다.

주말에는 더 가관입니다.

특별한 요리를 해 보겠노라 동분서주하지만 그래봐야 반찬 1~2개입니다.

야채는 뭘 넣어야하는지, 물을 얼마나 끓여야 되는지, 무엇으로 간을 보는 것인지

쉴 새없이 누운 아내에게 묻고 물어서 하나의 반찬을 완성합니다.

아, 그때의 성취감이란 정말 최고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아내와 저의 상황이 반대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누워있고, 저는 정신없이 분주하게 식사 준비를 합니다.

식사가 끝나고 설겆이를 하고나면, 다음 식사때 국과 반찬을 뭘하지 고민하게 되지요.

밥을 거의 다 차려놓았는데, 이제 씻는다고 들어가는 아내는 왜 이리 야속한지요.

이컵 저컵 사용하여 설겆이 거리를 늘려놓는 아들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하고,

열심히 만들어둔 밥상을 투덜투덜 대하는 아들 녀석을 구박구박 합니다.

아, 이게 바로 아내의 생활이었군요.

 

그렇다고 저만 아내의 생활을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도 저의 입장에서 남편의 생활을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아내 역시 몸은 편하지만 쭈삣쭈빗 어려워하는 모습입니다.

밥 차린 후에 화장실 들어가는 모습이 남편과 똑같다고 평상시 제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나요. --a

남편 분주하게 있을때, 가만히 인터넷 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도 이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생활이 나름 서로를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들이기도 하군요.

 

저와 아내가 최근 서로의 입장을 이해못해 여러 갈등들을 겪었는데,

하나님께서 이참에 "옳다구나 아예 입장을 바꿔주마" 하셨나봅니다.

저는 아내의 입장에서 여러 집안일을 하며, 음식을 하면서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이 편안합니다.

옆에서 생각하고 정죄했던 모습에서 직접 경험하고 생활하게 되니

아주 절실하게 아내를 이해하게 됩니다.

(무리한 비교이긴 하지만) 마치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신 것 마냥,

남편이 샥시의 생활로 들어온 듯 합니다.

 

앞으로 10개월 저는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집안에서

주경야경 할 생각입니다.

그러고나면 저도 나름 베테랑 주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몇주하다보니 은근히 가정 주부가 제 적성에 맞는 것도 같습니다. 허허.

 

자자, 우리 대한민국 주부들 화이팅입니다. 홧팅~

 

 - 2010.04.20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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