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탄생기

Homeschooling/샘솔빛풀 2009.12.25 댓글 Joshua95

아무래도 함께 어울리는 친구, 후배들 중에는 저희의 결혼이나 출산이 빠른 편이기에 앞으로 이들에게 유익할까 하여 샘이의 탄생기를 기록해 둡니다. 배 속에 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이제 막 결혼한 사람, 이제서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 모두 정독하시오.

대체로 첫번째 아이는 예정일 보다 늦게 나온다고 하기에 우리 부부도 당연히 여유를 가지고 예정일을 기다렸습니다. 예정일은 8월 17일. 그때 태어나면 말복도 지나고 더위도 한풀 꺽일거라는 생각으로 아주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급히 제출해야 되는 아내의 레포트는 물론이고 처가댁으로 보내야할 짐이나 아기 태어날 때 곧장 사용하게 될 물건들까지도 잠시 시간을 두고 챙길 참이었습니다. 아직 예정일이 10일이나 남았고 초산은 예정일보다 늦게 나온다고 하기에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8월 7일을 맞았습니다.

[06일 저녁]
퇴근 길에 집에 전화를 하니 이례적으로 아내가 밥하기 싫다고 외식을 하자고 합니다. 집앞 칼국수 집에 가서 저는 칼국수, 아내는 콩국수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집 김치가 약간 맵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Good' 이었습니다.

[07일 06:30]
아침에 비몽사몽간에 우리 부부가 일어났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아내는 이슬(전문 용어는 따로 설명 안합니다.)이 약간 맺히는 것 같은데, 이게 진짜 애기 낳기 전 이슬인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주 조금 나온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면서. 여튼 아내가 배가 사르르 아파온다고 합니다. 예정일 열흘 이전 이었기에 당연히 출산 신호라는 생각은 하지를 않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나도 배가 살살 아픈 것이 아무래도 어제 저녁에 먹은 김치 때문에 배가 아픈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07일 07:00]
나의 아픈 배는 화장실 다녀와서 해결이 되었습니다만, 이거 아내의 배는 좀체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조금 아프다가 괜찮아지고, 다시 조금 아프다가 괜찮아지고. 본격적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앗, 이거 정말 샘이 나오려는건가?" 라는 생각에 미치자 아내의 비명은 "안돼, 나 HRD 레포트 써야되는데. " 입니다. 흠흠.

[07일 08:00]
정말 아이가 나오려는가 보다를 느끼고 나서는 우리 부부 곧바로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철원 처가댁으로 보낼 짐들과 조산원에 바로 가지고 가야될 짐들을 하나하나 분리하여 정리합니다. 짐 정리하다가 "아악, 남편" 하는 소리가 나면 저는 곧장 진통을 느끼는 아내에게 달려가서 허리를 주물러 줍니다. 진통을 완화해 주는 방법이지요. 누님들이 미리 미리 출산 준비를 해두라고 몇번이고 조언을 했거만, 그리 말을 안 듣고 뻐팅기다가 이렇게 당하고 있습니다. 몇번이나 이런 진통의 과정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짐 정리를 완료하였습니다. 그때까지도 설마 설마하면서 짐을 쌌습니다. 설마.

[07일 09:00]
출산 직전 진통이 나타나면, 남편이 해야되는 일은 바로 아내의 진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아내의 허리 부근의 근육을 주물러주는 일과, 진통이 오는 시간의 주기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진통의 주기는 처음에는 비정기적으로 나타나다가 차츰 30분에 한번, 15분에 한번, 10분, 5분, 2분, 1분으로 줄어들다가 출산 직전에는 그 진통이 쭈욱 지속되면서 아이가 나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주위의 대부분의 임산부들은 이 진통이 출산 전까지 20시간 내외로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우리도 그럴 줄 믿고 있습니다. 6시 30분에 진통이 시작되었으니 아마 다음날 새벽즈음에 애기가 나오지 않을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 느긋합니다. 조산원에서도 진통이 5분 주기로 오면 조산원으로 오라고 하였으니 말입니다. 괜히 빨리 왔다가 괜히 불편한 곳에서 오래 기다리게 되니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만을 믿고 아주 여유를 부린 것입니다. 진통의 시간 간격을 재어 보니, 5분, 7분. 15분 하며 왔다갔다 합니다. 불규칙적인 간격을 보고 나니, 더욱 여유가 생깁니다.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다가 진통의 시간이 한 30분으로 규칙적으로 나타나겠다 싶었던거지요. 우리 부부 아직까지 여유가 있습니다.

[07일 10:00]
이게 뭔가 좀 이상합니다. 30분으로 진통 시간이 길어질 줄 알았는데, 좀체 길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0시를 넘어가면서 6분, 2분, 3분 으로 나타나면서 간격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진통 중에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합니다. 서둘러 조산원에 문의하였더니, 그건 실제 양수가 아니고 전양수라고 실제 양수 터지기 전에 터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허걱. 웬지 낌새가 이상해서 부랴 부랴 아침을 챙겨겨 먹입니다. 그리고 출산 후 목욕을 못하니까 반드시 출산 직전에 샤워를 하라는 주위 분들의 조언대로 샤워를 시작합니다. 부랴부랴.

[07일 11:00]
정신없이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나서 아내를 부축하고 집밖으로 나옵니다. 아내는 100m 가다가 진통이 와서 나에게 매달립니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다고 조산원으로 갔습니다. 어여어여. 택시 안에서도 진통으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뭐 제대로 아무것도 해 줄것이 없어서 그냥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샥시, 괜찮아?" 라고 물어보는 것 밖에는 말입니다.

[07일 12:00]
조산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내는 임부 의자에 앉아서 아이 낳을 준비를 합니다. 조산원 분들이 알려주신 호흡법과 힘 주는 방법으로 준비를 합니다. 이전에 출산 호흡법 연습하자던 아내에게 이렇게만 하면 된다며 가르쳐준 호흡법이 있습니다. "하나, 둘, 셋, 순풍~" 제발 이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부랴부랴 가족들은 물론이고,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조산원에서는 한 오후 2시 즈음에 나올 것 같다고 하더군요. 조금만 기다리자고 아내에게 위로를 했습니다.

[07일 12:50]
몇 시간 전에 아침 먹은 것을 모두 토해 내더니, 조산원에 와서도 다시 토해냅니다. 조산원 원장님 얘기로는 임산부가 구토를 하게 되면, 아이가 훨씬 빨리 나온다고 합니다. 좋은 징조라고 합니다. 역시나 상황을 체크하더니, 이제 애기 놔도 되겠다가 분만실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물론 저도 녹색 가운과 녹색 모자를 쓰고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07일 12:57]
저희 부부만의 호흡법의 효과일까요. 분만실로 들어가서는 "하나, 둘, 셋, 순풍~" 하며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물론 약간 과장입니다만, 거의 상황이 비슷합니다. 50분에 들어가서 57분에 아이가 나왔으니까요. 저는 아이의 태줄을 잘라주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실감이 되지 않은 제 아이의 태줄을 말입니다.


이렇게 하여 샘이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첫 진통 후 약 6시 간 반만에 출산을 한 것입니다. 제 주위 분들 중에서는 신기록입니다. 역시나 우리 부부만의 호흡법 때문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애 낳으려고 준비하시는 분들, 고생 덜 하시려면 이 호흡법 연습해 두세요. "하나, 둘, 셋, 순풍~" ^^.

이렇게 비교적 적은 시간의 진통으로 아내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게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 부모로서 좀 더 준비될 것이 많은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주님, 샘이의 삶 동안도 주님 가르치시고 인도하여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이 부족함 많은 아비에게도 주님의 지혜를 더하여 주옵소서.

From Joshua(0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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