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과 면담을 하다보면 다양한 주제를 접하게 됩니다. 업무 중 알지 못했던 디테일한 문제를 알기도 하고, 한 사람의 고민을 듣기도 합니다. 점점 면담이 익숙해 지면서 개인의 사소한 고민들도 같이 나누게 됩니다. 그 중 하나의 예가 이번달 한 팀원과의 면담입니다.
한 팀원이 망설이며 내 놓은 고민은 스스로 사소하다고 얘기한 것이었습니다. 업무에는 큰 문제 없지만, 동료 중 한명이 팀원들의 옷 스타일에 관심이 과하다는 것이지요. 본인의 옷이 조금만 바뀌어도 금방 알아보고, 어디에서 샀는지, 얼마에 구매했는지 등을 물어본다고 합니다. 본인의 패션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갈수록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중에 생각해보니, 그 팀원이 저에게도 종종 패션에 관해서 묻던 것이 생각납니다. 오랫만에 신은 신발을 알아보고 새로 산 것인지를 물었지요. 당시에는 간단한 답변으로 넘어갔는데, 저의 신발의 변화까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긴 한겁니다.
면담을 마치고, 저 팀원을 어떻게 도와야하나 고민이 되어 퇴근 후 아내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떨 것 같은지를 듣고 싶어서이지요. 그런데 아내의 답변이 의외입니다. 본인도 그런 동료가 있다면 당황스럽긴 하겠노라고. 다만, 그 문제를 팀장이 해결해 달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고 그냥 들어만 준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무리하게 개입하여 관계를 해치지 말고, 스스로들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아내의 답변 당시에는 너무 공감없는 답변이 아닌가 했는데 뒤늦게 돌아보니 곱씹을만한 조언입니다. 저는 팀장이 면담을 했으니 무조건 거들어주어야 한다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어떻게 저 의견들을 전달해 줄까가 저의 고민이었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저의 몫이 아닐 수 있겠습니다. 아이들의 중재도 아니고 성인된 팀원들 간의 사소한 성향 차이라면,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서로 이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히어로의 강박에서도 벗어나야겠습니다.
면담을 하고 개개인의 고충을 들으며 같이 고민해 주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팀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상황들이 쌓인다면 오히려 스스로들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제약해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겠습니다. 팀장의 역할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그 선을 잘 찾아가는 리더가 되어야 겠습니다.
- 2023.11.26 삼평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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