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를 모르는 교회

Joshua/단상 2010.11.02 댓글 Joshua95

오늘은 하루 종일 마음 한켠이 아립니다.

어제 친구를 만나서 잠시 어느 교회 목사님 문제를 나누었습니다. 저와는 전혀 다른 입장의 친구와 한참을 이야기 하였지요. 마침 그 일도 있었고 해서, 어제 다시 한번 그 기사와 관련 댓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지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참으로 다릅니다. 교회의 문제를 들춰내는 것에 대하여, 복음에 반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하물며 문제가 있다고 하여도 누가 이 사람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주장합니다. 하물며 뉴스 기사를 쓴 기자에게 그 책임을 묻습니다. 요즘 워낙 이단에 의한 교회 파괴가 자주 발생한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위로를 해 보지만, 어딘가 모르게 참으로 씁쓸합니다. 소위 세상에서는 반드시 밝혀지고 드러나야 할 일이 교회에서는 안된다는 이 논리는 도대체 무슨 논리란 말입니까. 교회가 세상보다 낮은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답답합니다.

오늘 오전에 해당 교회 목사님은 자신의 교회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함께 사임하겠노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자신의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는 자세에 그나마 옳은 결정을 하였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도도 잠시입니다. 해당 교회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보는 순간 저는 해당 교회 교인들의 수준에 커다란 실망을 하였습니다. "나의 영적 아버지 사랑합니다.", "기다릴게요.", "그가 찔림은", "존경합니다."

참으로 실망 뿐입니다. 정확한 사건의 전말은 모르지만, 분명히 본인이 시인하고 당회가 상벌을 결정한 시점에서도 피해 여성에 대한 한켠의 위로나, 참담한 마음으로의 회개가 없는 이 교회에 대하여 엄청난 실망이 몰려옵니다. 오히려 사랑한답니다. 부디 돌아와 달랍니다. 존경한답니다. 그냥 더러운 모함에 걸려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영웅에 대한 찬사 뿐입니다.

모든 교인이 함께 엎드려 목회자의 죄로 인하여 가슴을 치며 회개하고 자숙하며,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를 구해야 할 이 때에, 그냥 한번의 또 다른 시험이 왔으니 이겨내잡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의 현재의 수준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참담합니다.

지금은 교회에게 회개의 시간입니다. 사랑해요 의 시간이 아니라, 함께 회개합니다. 목사님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라고 목을 놓아 기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피해 여성을 위한 위로의 댓글 한마디가 필요한 시기란 말입니다.

목회자가 우상이 되어버린 교회. 목회자가 없으면 없어지는 교회. 어떠한 논리적인 판단이나 의심도 허용되지 않는 꽉 막힌 교회. 다른 쪽의 의견은 전혀 들리지 않는 교회. 가난하고 약자의 편이 아닌 걸출한 영웅들을 위한 교회. 회개를 잊어 버린 교회. 이것이 지금 우리의 교회가 아닙니까.

아, 참으로 답답한 하루입니다.

 - 2010.11.01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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