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샘이를 데리고 구례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샘이가 백일도 안 된 터라 네다섯 시간 걸쳐서 내려가야 하는 기차 여행이 약각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올라오는 도중에 전주에 들러서 병국이 삼촌 결혼식에 가서 축하해 주고, 다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문제는 엄마, 아빠의 식사입니다. 결혼식이 애매하게 4시이고, 기차 시간이 5시 20분이었던 관계로 잔치집에 가서 국수 한그룻 못 먹고 기차를 타야했습니다. 모유 수유로 (순전히 샘이를 위하여) 식욕이 엄청나게 왕성해진 엄마는 배고파서 거의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겨우 빵과 떡 조각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서울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하고 나니 저녁 식사가 고민입니다. 식사를 하고 들어가려니 샘이가 힘들테고, 지금 들어가서 밥을 하자니 시간이 너무 늦었고 말입니다. 그래도 마침 샘이가 잠이 들었기에 집 앞 칼국수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샘이를 위해 의자를 붙이고 간이 침대를 만든 후 눕혔습니다. 칼국수를 주문하고 허기진 엄마, 아빠는 계속 계속 주방을 살피며 칼국수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칼국수가 나오고, 막 한 접시를 퍼서 입에 들이대는 순간 샘이가 꿈틀댑니다. 긴장한 엄마, 아빠는 샘이는 쳐다보며 다시 잠들기만을 바라는데, 웬걸 무심한 아들은 울어 보채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워낙 허기진 상태인지라 아빠가 샘이를 안았습니다. 다른 식사하는 분들에게 방해될까 조심조심 샘이를 안고 주위를 걸어다닙니다. 몇몇 아주머니들이 아이를 보며 웃음을 보여 주십니다. 몇몇 젊은이들은 물론 관심도 없습니다.
엄마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샘이를 안고 서성이는데, 옆 테이블의 젊은 부부가 샘이에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쳐다 보십니다. 아마 비슷한 동년배 아이가 있어서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아이를 갖고 싶은데, 아이가 안 생겨서 부러움에 쳐다 볼 수도 있겠다는 짤막한 생각도 쓰쳐갑니다.
엄마도 아빠에게 미안한 듯 급하게 급하게 칼국수를 먹어댑니다. 그때, 옆 테이블의 젊은 아주머니께서 일어나서 저에게 옵니다. 본인들도 아이를 키워봐서 이런 상황이 많았다고 하시면서 샘이를 안아 줄테니 아빠도 어서 식사를 하라고 합니다. 아빠는 그런 호의를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제안에 샘이를 맡기고 엄마랑 아빠는 식사를 합니다. 특히나 엄마는 칼국수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습니다. (다 샘이 젖 잘 나오라고 그러는 겁니다. 흐음. ^^;)
아이를 키워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엄마라는 것이 대단한 것입니다. 아이를 위한 무조건 적인 희생도 그렇지만,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으로 인해서 얻은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로 베풀어 주려는 여유와 아량이 생긴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엄마들 사이에는 아빠들이 알지 못하는 교감이 있는 듯 합니다. 엄마들만이 통하는 그 무엇! 은근히 그 무엇이 질투가 나는 아빠입니다. ^^
From JOshua(04-10-25) 샘이 처음 할아버지 집에서 서울로 돌아온 날. 병국이 삼촌 결혼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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