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추석은 막힘이 없는 교통 때문에 가뿐하게 마무리하게 되었다. 고향 내려가는 시간은 평소와 마찬가지인 4시간, 올라오는 시간은 약간 막혀서 5시간 남짓. 그래도 명절에 이 정도 시간으로 오갈 수 있었던 적은 근래에 없었던 듯.
- 이번 명절엔 매년 추석마다 따라 나섰던 성묘를 가지 않았다.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 묘만 들렀다 오는 정도. 예전에는 북적되던 윤씨 어르신들이 한분, 두분 돌아가시기도 하고, 아프시기도 하셔서 빠지시니 이번 추석은 어느때 보다 설렁한 기분이다. 매 명절마다 찾아뵈었던 병한이 당숙마저 방사선 치료로 인해서 고향에 안 계시니 설렁한 명절 분위기가 더해진다.
- 시골에 내려가면 으레히 그러듯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런 저런 일을 거들었다. 아들 좀 쉬게 놔두라는 어머니의 얘기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쉬는 것" 이라시면서 매번 내려갈 때마다 할 일들을 쌓아두신다. 나도 아버지 의견에 적극 동감! 이번에는 소에게 줄 풀을 베는 일과 사촌 태호와 큰아버지 묘 위 쪽으로 물이 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랑을 내는 일을 하였다. 큰아버지 묘 부근에 고랑 내는 일은 한 10분 했는데, 양손에 물집이 잡히는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허허. 평소 편하게 "고향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았음 좋겠다."라고 농삼아 얘기하지만, 사실 이렇게 잠시 내려가 아버지 도와드리는 일로도 힘겹기 그지없다. 이거 매일매일 하라고 하면 아마 도망가지 않을까. 후후.
- 이번엔 명절 앞의 연휴가 길어서 구례에 좀 여유있게 있을 수 있었다. 해서 남원에 새로 생긴 테마파크에도 가보고, 추어탕도 두차례나 먹을 수 있었다. 외삼촌이 다치셔서 명절에 못 내려오셔서 더욱 외로우실 외할머니는 당연히 찾아뵈었고. 외할머니와 오래 함께하지 못하고 금방 일어나야 되서 아쉬웠지만.
- 추석 당일은 나의 생일이자, 하루 종일 버스와 기차 안에서 보낸 날. 철원으로 올라가는 날이라 오전 10시부터 출발하여 저녁 9시 가량 철원에 도착하다. 그래도 신탄리까지 마중 나온 아내와 아들 덕분에 피곤함은 싸악~. 아들 녀석의 "아빠 손에 오줌싸기, 똥싸기" 재롱을 보며 마냥 즐거워하다. "흐음. 그래도 이런거 넘 많이 하면 아빠 삐질거야."
- 추석 연휴기간 본 C.S.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은 굿!. 아주 마음에 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From Joshua(0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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