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여도 평가

Joshua/직장 2021.07.03 댓글 Joshua95

 초보 팀장이 되고 나서, 평가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는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을까가 고민입니다. 개발자의 목표에는 매번 일정 준수가 목표 지표로 들어가게 됩니다. 정해진 일정 준수를 하면 B, 일정은 2주 당기면 A, 일정이 2주 이상 지연되면 C가 되는 식이었지요. 평가에 무관심하던 개발자 시절에는 어차피 목표에 따른 평가가 되지 않다 보니 별 관심 없이 지나갔던 지표가 평가자가 되고 나니 고민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개발자에게 일정으로 정확하게 평가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개발자들이 일정을 예측하는데, 일정을 당겼다는 것은 오히려 일정 예측을 잘못했다는 얘기가 되니 마냥 칭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탓이지요. 뿐만 아니라 일정에 대한 지연은 또 어떻습니까. 긴급히 들어오는 다양한 이슈들이 있는데 무작정 초기 일정을 지키라고 한다면 어느 개발자가  긴급한 이슈들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요. 일정 준수를 위해서 도중에 스펙을 들어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수년을 되돌아 보면, 일정 목표는 항상 동일했습니다. "우리 모두 일정 잘 준수함". 모두가 일정에 대한 평가가 동일하니, 아무런 의미없는 평가 항목이 되어 버렸지요.

 이에 올해는 일정 준수 목표를 기존 측정 방식에 "기여도" 라는 것을 추가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동료들이 일정 준수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들에게 투표를 해 보자는 것입니다. 각 개발자마다 3표를 주고, 본인을 제외한 다른 개발자 중에 가장 일정 준수에 기여한 멤버에서 투표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해진 일정을 칼같이 지켜줌으로 준수를 한다면, 어떤 사람은 부담되는 이슈들을 희생적으로 처리해 주면서 기여하는 멤버가 있을 겁니다. 화려하게 업무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묵묵히 조용하게 뒤에서 받쳐주는 팀원도 있습니다. 팀장이 알지 못하는 개발자들간의 디테일한 기여도를 팀원들이 평가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 제안에 팀원들의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괜찮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려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평가에 크게 반영되는 것이 아니니 한번 시도해 보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팀원들이 동료를 서로 지켜보고 관심 갖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봅니다. 약간의 잡음이 있더라도 평가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팀장의 스타일에 따라 휘둘리는 개발팀이 아니라, 개발자 스스로가 잘하는 멤버를 칭찬하고, 잘함의 기준을 잡아가며 도전하는 팀이 되기를 바랍니다. 팀장 한 사람의 팀이 아니라, 팀원 한사람 한사람이 주체적인 구성원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단 한번 가 보자구요. 

- 2021.07.03 반송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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