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개발 리더(PL)로 돌아온 후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새해에 개발 매니저로 발령이 나며 갑작스럽게 프로젝트를 떠나야하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개발 리더로 개발자들과 즐겁게 일해보겠노라 했던 다짐들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의 프로젝트는 작년 6월 제품을 잘 출시하고 이제는 유지보수가 진행 중입니다. 떠나야하는 입장이 되니 개발 리더로서의 나의 역할에 한계들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잘 나누고 같이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지금보니 혼자서 일을 왕창 뒤집어 쓰는 스타일의 재발일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 아님을 느끼며 낙심하고 있답니다. 스크럼을 통해서 개발자들의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개발 문화를 꿈꿨는데, 그냥 미완의 꿈으로 남아버린 느낌입니다. 개발 리더의 일방적인 리딩으로 점점 개발자들의 의견이 약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정확한 피드백이나 의견을 주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도 여전했습니다. 퍼포먼스 안 나오는 팀원은 끝까지 기다려 본다고는 했지만, 대면하기 껄끄러워 피해 왔던 것은 아닐까 되물어 봅니다. 좀 더 정확하게 지적해 주는 것이 그 팀원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었을까 후회가 됩니다. 더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지 못한 소극적인 팀원에게 아쉬움만 많아집니다. 마지막까지도 개별로 각자에게 메일 피드백을 줄까 고민을 하다가 멈췄습니다. 이미 떠날 사람이 해주는 조언이 무슨 의미인가 라는 생각에서지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으면 개별로 얘기해 주는걸로 해야겠습니다.
여러 부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개발 리더의 실력임을 이전 경험에서 깊이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유관부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 오히려 각자의 고민들을 나누며 서로 협력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이 좋은 성과였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프로젝트에 좋은 관계만이 최선인지, 그 관계 속에서 더 나아가는 개선과 긍정적인 결과들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 관계가 오히려 프로젝트에 대한 푸념의 통로이고, 스스로 체념하며 무기력해지게 하는 계기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좋은 관계가 목표가 아니라 더 나아가 그 관계를 통해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었는지 돌아봅니다.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 고민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개발팀 이외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 했는데, 그걸 인수인계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 하던 사람의 부재가 오히려 프로젝트에는 큰 위험이 되어 버린 상태입니다. 개발자들에게 공유하고 나누는 것을 강조하였지만, 결국 스스로는 혼자 독점만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부분은 남겨진 팀원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저의 갑작스런 부재가 남겨진 팀원들에게 업무 혼선은 물론이고 배신감마저 들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새롭게 PL로 복귀하면 시도해 보고 만들어보고 싶은것이 많았는데, 여전한 한계와 실력 부족만을 체념한 꼴입니다. 시간이 나를 발전시켜 주지는 않는다는 교훈만이 남습니다. 이 미완의 경험들이 이제 들어선 매니저의 길에서는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스스로 바라 봅니다.
- 2021.1.10 반송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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