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이라 주일날은 완전히 바닥에 쓰러져 지냈습니다.
지난주에는 오랜 시간 가족 책읽기 시간에 읽었던, "나니아 나라 이야기" 1권을 드디어 완독하였습니다. 이미 전권을 다 읽은 샘이는 그래도 아빠가 읽어주는 책이 좋은가 봅니다. 점심을 먹고나자 마자 "나니아 나라 이야기" 2권을 들고 어서 읽자고 재촉합니다.
이런저런 정리가 끝나고, 드디어 책읽기 시간입니다. 엄마는 일찌감치 잠잘 기세이고, 솔이는 누워서 흥얼 거리고 있습니다. 샘이의 초집중 모드에 부담된 아빠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걸 어떡합니까. 5분 정도 읽었을까요. 졸음이 쏟아져 내려서 순간 순간 아빠의 말이 끊기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던 중에 엉뚱한 소리를 하다가 아들의 눈총에 다시 정신을 차리기도 합니다.
급기야 1장이 끝나자 마자, 재미있어서 더 읽고 싶다는 샘이의 얘기를 못 들은척 드러누웠습니다. 끈적끈적 불쾌한 오후에 낮잠은 그리 달콤하지는 않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샘이와 솔이는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깔깔거리며 뛰어다닙니다. 샘이는 그 더위에 옷장에 들어가서 자기 아지트를 만들었다고 자랑입니다.
낮잠을 자던 중에 벌떡 일어나서 잠꼬대하듯 "샘아, 조용해~", "솔아, 뛰지마~"를 외치고 다시 쓰러져 자던 아빠는 밖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납니다. 웬지 자면서 보내버린 주일 오후가 아쉽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 더위 지나면 아빠가 재미있게 놀아줄게' 라고, 혼잣말을 해 봅니다. 아, 이 더운 습기 많은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ㅠ.ㅜ
- From Joshua(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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