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업무를 하다보면, 종종 업무 전환이 있게 됩니다. 원래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이제 좀 안정적으로 되었구나 싶으면, 더 급하고 어려운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는 것이지요. 저 또한 누구 못지 않게 프로젝트를 많이 옮겨다닌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업무의 전환을 하다보면 으레 들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공백으로 인하여 나의 가치가 돋보여지기를 은근히 바라게 되는 욕심이지요. 쉽게 말하자면, '어디 저 프로젝트에서 내가 빠지면 어떻게 되나 보자' 하는 독한 심산이지요. 제가 없는 기존 프로젝트가 휘청되는 모습을 보게되면 슬며시 나의 필요성에 웃음짓게 되고, 제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프로젝트를 보자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열등감에 쌓이기도 합니다.
나를 높이고 싶은 욕심에 급기야는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자신만이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은 근접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나만의 난해한 코드를 작성하기도 하고, 복잡한 구조를 내 머리 속에만 입력해 두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내가 없어지면 당황해 할 멤버들을 보면서 뿌듯해 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겨납니다. 그래야 나의 존재감이 증명되는 듯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열등감의 표현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난해한 개발로 인한 인수인계 자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는 그저 실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 뿐입니다. 자신이 빠지고도 프로젝트가 잘 돌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나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만큼 잘 정리해 두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격려해야 되는 것이지요.
요즘 업무를 전환하고, 기존 프로젝트가 어려워지면서 내심 내 스스로 뿌듯해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을 다 잡습니다. 내가 몸 담았던 모든 프로젝트가 내가 만들어놓았던 틀과 기준이 잘 반영되어 누가 인수인계를 하더라도 술술 잘 풀어갈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겁한 욕심에 빠지지 않도록 내 마음을 스스로 채찍질합니다. 보다 건강하고 건설적인 욕심을 가질 수 있는 개발자이기를!
- From Joshua(11.03.22)
'Joshua > 직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 속의 그리스도인 (0) | 2011.05.06 |
---|---|
오랫만에 만난 대어 (1) | 2011.04.27 |
팀의 수준 판단하기 (2) | 2011.03.08 |
다양한 의견 (0) | 2011.02.01 |
좋은 리더 나쁜 리더 (0) | 2010.12.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