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돌려받기

Joshua/단상 2010.04.20 댓글 Joshua95

   우리 나라는 자녀가 부모에게 독립하기 참으로 힘든 나라입니다. 자식이 결혼을 하면 부모에게 육체적, 정신적, 재정적으로 독립을 하여야 하나 실상 그렇게 독립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에 일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결혼식 문화 입니다. 흔히들 결혼식에는 남자가 집을 마련하고, 여자가 그 집을 채운다고 말합니다. 뭐 젊어서부터 벌이가 두둑한 사람들이야 걱정할 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순수한 자신들의 벌이로만 결혼을 준비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집값만 생각해도 이건 보통 목돈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부모님이 집이다 혼수다 지원해 주게 되고 결국은 그 때부터 자녀는 육체적으로 독립을 했을지언정 재정적으로 오히려 부모에게 묶이는 꼴이 됩니다.

   저는 젊었을적엔(?) 결혼할때 부모에게서 절대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실상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즉, 부모에게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고, 결혼 당사자들이 모든 재정적인 것들을 충당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생활한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만, 살아보니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더라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좋은 결혼 문화 만들기 방법 하나가 바로 "축의금 돌려받기" 입니다. 순전히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붙여본 이름이지요. 부모에게 축의금이라는 것은 무슨 곗돈의 개념입니다. 자녀 하나를 결혼 보내면 목돈이 생겨납니다. 그러니 아이들 혼수며 결혼 비용 대 준 것을 이것으로 충당하겠지요.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자신의 돈으로 무언가 큰 것을 해 준 것만을 기억하며, 일상에서 종종 그 권리를 행사하려 합니다. 특히나 노후에 그 투자금을 배로 돌려받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기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결혼식의 축의금 전액을 그냥 현금 그대로 자녀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축의금이라는 것이 결혼 축하하며, 열심히 살라고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자녀들의 결혼식에 괜히 집안 기둥 뿌리 흔들어 지원하지 말고 그냥 들어오는 돈을 건네 주자는 취지이지요. 이것은 자녀들에게 재정적으로 완전하게 독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입니다. 부모의 돈을 받아서 가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축의금을 받아서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거나 그것나 비슷한 것 같지만, 부모의 커다란 지원과 지인들의 십시일반 지원은 자녀 입장에서 전혀 다른 출발이 되는 것입니다. 전자는 부모에게 실체 없는 부채를 안고 살아가게 되지만, 후자는 그러한 부채감 없이 건강하게 가정을 출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겠지만, 이러한 양가의 축의금을 밑천으로 자녀는 적절하게 신혼 생활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아니면 부모님 돈을 언제 받아내느냐 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인생이 얼마나 더 행복해 지겠습니까. 게다가 그렇게 받은 돈이 바로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는 당신의 가정의 올무가 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자연스레 자신의 손으로 모은 돈과 주위 각 사람들의 사랑의 도움으로 출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결혼의 의미가 더욱더 살아나지 않겠습니까.


- 2010.04.07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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