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다. 출근 길보다 훨씬 시끌 시끌한 퇴근 길 지하철 한 켠에서 열심을 책을 읽어본다. 비어 있던 전철 안에 사람이 하나 둘 채워지더니, 이내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 사이 어디선가 조심히 한 청년이 나타난다. 커다란 가방에 가득보이는 건전지들을 보아하니 행상을 하려고 보다. 아니다 다를까 건전지를 몇개 집어들고,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으로 시작해서 막 물건을 선전하려고 한다. 그 순간, 한 의자 건너편의 아저씨께서 "아.. 거 조용히 좀 합시다" 라며 크게 소리 지른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나는 그 아저씨가 옆의 아가씨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것에 화가 난 것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건전지 청년이 순간 움찔한다. 아마도 자신을 향해서 한 소리라고 생각했으리라. 한 순간 전철이 조용해 지더니, 이내 사람들이 조심조심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가만히 건전지 청년을 바라보니, 아직도 갈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건을 팔아야 할지, 아님 그만 두어야 할지 고심 중이다. 잠시 소리 지른 아저씨 쪽을 힐끔 힐끔 바라보더니, 조용히 건전지를 가방에 내려놓는다. 전철은 다음 역인 교대역에 도착하고, 이내 이 청년은 무언가 중얼중얼 불만을 토로하며 전철에서 급하게 내린다. 아마 다음 전철을 기다려야 겠다는 생각이었겠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청년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웬지 모르게 가슴 아프고 슬퍼진다.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고 싶어진다. 그 청년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인지, 당황하고 겁에 질린 그 눈에서 삶에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한 나의 눈을 보아서 인지 모르겠다.
전철은 곧 출발하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시끄러움을 싣고 달려간다.
- 2003.03.28 Joshu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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