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hua/일기

베드로 생각하기

Joshua95 2009. 11. 5. 14:17

재작년 어느 날이었던가?
어느 주말이었다.
회사에 잠시 들를 일이 있어서, 대치동에 있는 회사엘 들렀다.
마침 알려온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고..
일을 잘 보고.. ^^
그리고 물을 내렸는데....
이런.. 화장실 물 소리는 요란하게 나는데, 물이 빠지질 않는다.. ^^;
그렇찮아도 요 근래에 화장실이 막혀서 다들 고생했는데..
하필 내가 일 보고 나서 이런 일이.. ㅠ.ㅜ
어떻게든 해결을 해 볼까도 했지만, 다음 약속이 있었기에 월요일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회사를 나왔다.
마침 일 때문에 나오신 상사와 마주치긴 했지만.. 모르는 척.. ^^;

 

그런데..
이 화장실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오죽했으면 주일 예배를 보내면서도 마음에 드는 생각이.. 내가 저지른(?) 일이면서 외면했다는 죄책감이 막 드는 것이..
마침 목사님 말씀도 사회에서 먼저 봉사를 하라는 메시지.. ㅠ.ㅜ
계속 마음의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회사를 들른다는게 쉽지 않고..

 

다음 월요일날..
아침에 출근하니, 먼저 온 회사 분들이 커피를 하고 계신다.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어울려 얘기를 나누는데..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변기 막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뜨끔... ^^;
모르는 척 계속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지목하면서,
"윤성은씨, 그날 회사 나왔다면서요? 윤성은씨가 그런거 아니에요? "

 

아마 그날 날 보신 상사분이 얘길 했나보다..
푸하 딱 걸린 것.. ㅠ.ㅜ
하지만, 이 내 반응을 보라..
"핫.. 무..무슨 말씀이세요.. 저..저 아니에요.. --; "

 


어떻게든 희지부지 위기(?)를 넘기긴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베드로다.
예수님 잡혀가시고, 따라가다가 세번씩이나 예수님 모른다고 부인했던 예수님의 제자..
사실 화장실 변기 막히게 한 거 부끄러워서..
괜히 쓸데 없는 체면에..
정면으로 거짓말을 하고 나니...
내내 마음이 그렇다.
이런 내가 베드로와 꼭 같은 상황이라면, 99%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매 순간 순간 쓸데 없는 체면과
가치 없는 자존심에
나의 정직을 걸고, 나의 삶을 걸고...

 

이런 사소한 사건들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
언제나 한없이 비굴해 질 수 있고,
언제나 철저하게 이기적일 수 있는,
바보스런 인간의 모습을 본다.

 

From Joshua(0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