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아니모리 가즈오 지음 / 신정길 옮김
독후감을 써 본 적이 언제였던가? 무료로 받게 된 책 선물이야 언제든 환영이지만, 강요된 독후감이 그다지 반가울 리는 없다. 달갑지 않은 심정으로 읽어 내려간 이나모리 가즈오의 글들은 하나 하나가 불편하기 그지 없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질타하는 글에서는 ‘빈곤함이 강함을 주는 것이라면 풍요로움 속에서 세상을 이끄는 문화와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해 본다. 큰 시련이 와도 열심히 일하면 의외의 결과가 온다는 글을 대하면 ‘그건 성공한 아저씨의 결과론적인 자기 자랑일 뿐이다. 큰 시련 속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감내하던 이들이 얼마나 많이들 쓰러져가고, 후회하고 있는지 모르는가’라고 되묻는다. 일본이 서구화되면서 땀의 결실을 얻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글에서는 그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것이 서구화의 결과라면, 현재 세상을 선도하며 나아가는 서구의 모습을 뭐라 설명해야 하나’ 라고 되뇌면서 말이다. 이렇게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저자와 말장난을 하며 딴지를 걸어본다.
계속되는 딴지 속에서도 어느덧 책에 집중이 되는 것은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마음에 들어오며, 어느 순간에는 ‘내 말이 그말이라구’ 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마지막 책을 내려놓으며, 이 아저씨가 일관되게 주고 싶은 일의 자세를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저자 스스로도 자신의 글들 속에서 상충되는 주장을 하기도 하며, 무리한 설득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그 전반에 흐르는 전달하고 싶은 자세는 상고할 만하다. 그 자세들을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게 소화된 것들만으로 마음대로 짜깁기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자세는 인내심과 집중이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저자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듯 한데, 저자가 무조건 맡은 일을 하다 보니까 일이 좋아졌던 것이 아니라, 파인 세라믹 연구라는 자기 적성에 딱 맞은 일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틀림없이 일에 대한 인내심과 집중 우선에는 그 일에 대한 최소한의 흥미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 부분은 저자가 간과한 부분이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시작된 일이라면 어떤 상황이나 사소한 사건, 현상들 속에서도 주의를 집중하고 끝까지 인내하며 수행하였을 때에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곳 안연구소에서의 나는 과연 그렇게 세밀하게 집중하고 인내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 자세는 적극성과 창조성이다. 내가 주위 사람들을 불타오르게 하는 자연성 인간이었으면 좋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있는 불도 꺼버리는 불연성 인간은 아닌가 되돌아 본다. 나의 맡겨진 일들 속에서 만족하면서 그냥 평범하게 묻어 지내는 생활을 넘어 여러 창조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불태우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세번째 자세는 완벽성이다.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임하게 되었을 때에 더욱더 세밀하고 사소한 것까지 집중하고 되고 결국은 보다 완벽해 지려는 자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베스트보다 퍼펙트를 꿈꾼다.” 라는 저자의 고백처럼 주위의 상대적인 비교들 보다 스스로 완벽해 지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 갑자기 의장님의 “내가 잘 때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잠이 안 오더라”는 이야기와 오버랩 되면서 현기증이 난다. 여하튼 퍼펙트한 제품을 꿈꾸는 자세는 필요한 거란다.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다행히 도중에 선입견을 버리고 그의 진지한 조언을 생각해보게 해 주었다. 100% 동감하지 않지만, 그 삶의 성실함과 진중함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훗날을 대비한 경영에 대한 저자의 질문에 답했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대답처럼, ‘도대체 이런 자세로 일하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이냐’ 고 묻는 나의 질문에 이나모리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얘기한다. “그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라고.
- 2010.09.15 회사 제출용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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