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 후 1년 반

Joshua/일기 2009.11.05 댓글 Joshua95

졸업 후 후배의 강요(?)로 쓰게된 갈대상자에 올릴 졸업생의 글..
컴퓨터 정리하다가 한 구석진 폴더에서 발견하여 올려본다.
험험. 갈수록 생각들이 변화무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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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 후 1년 반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인재를 양성하는 하나님의 대학입니다.
하나님은 한동대학교가 회복되기를 원하십니다.


새로 만들어진 효암관에서의 첫 졸업식, 낯선 건물의 화장실에서 펑펑 울며 졸업의 감사와 그 기쁨에 어쩔 줄 몰라했던 시간이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마냥 기쁘기만 했고, 마냥 벅차오르기만 했던 그 시간들..
나의 마음속에 있던 오직 한 마음.. ‘하나님의 방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후후…

 

대학 4학년, 못난이 3형제라 불리는 나와 두 친구들은 갈등에 있었다.
물론 다른 많은 졸업 예정생들이 그랬을 것이다.
졸업을 할 것인가, 휴학을 할 것인가?
아무것도 앞에 보이지 않는 상황속에서, 내심 마음을 두었던 한동대 대학원은 설립되지도 않아서 불안했던 그 때…
야곱을 생각했다…
그렇게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자 했던 야곱…
장자권을 팥죽으로 사고, 아버지를 속여서라도 형 대신 축복을 받고자 했던 그 야곱…
그 순간 만큼은 야곱의 그 고집을 가지고 싶었다.
한동의 첫 열매로서 하나님이 주시는 그 축복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후후… 하나님께서 황당하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고집으로 학문적으로, 신앙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 나는 1회 졸업이라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전산과 교수님 소개로 한두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교수님 찾아뵙게 되었던 것도 나에겐 커다란 은혜였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이력서는 나였더라도 맘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
교수님께서 또 다른 회사를 소개시켜 주셨다.
그 회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전화번호와 주소만을 주시고 면접 시간만을 알려주셨을 뿐이다.
교수님께서 주신 메모를 들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나름대로 커다란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면접에서의 나의 꿈을 물어보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나의 꿈에서는 당연히 하나님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되는데…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는데, 나를 광신자로 보면 어떡하나?
고민 고민하다 결정했다.. 그래, 내가 하나님 얘기를 하지 않고는 나에 대해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 다 하자.. ^^ 하나님.. 제가 하나님 얘기 부끄럽지 않게 하겠습니다. 광신자라고 할 거면 하라고 하십시오.. 하지만 하나님 이 회사가 정말 하나님께서 성은이에게 유익한 회사라면 마음껏 하나님의 얘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아주 편하게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인터뷰 했던 곳의 회사 이념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기업’ 이었다.
전산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나였기에 시스템 엔지니어로서 당분간 일을 하기로 하고 입사하였다.
하지만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
병역특례 관련된 문제가 생겨서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감사하게도 사장님께서 다른 업체를 소개 시켜 주셨다. 하지만 내 마음의 갈등은 심해졌다. 실제로 소개해 주신 업체로 가느냐 아님 그냥 군대를 가느냐를 고민 할 정도로… 그 만큼 이 회사가, 그리고 이 회사가 추구하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기업’의 이념이 하나님께서 이 회사에 나를 보내 주셨구나 확신하고 있었던 나였는데, 갑자기 ‘여기가 아니다’ 라고 하시니 너무도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여러 사연 끝에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곳은 순수 전산 업체였다.
가서 놀란 사실은 30여명의 사람 중에 크리스챤이 딱 세명… 그나마 내가 들어온 한두달 사이 세명이 모두 퇴사를 해 버렸다.. 핫..
50명 가까이 사원이 늘었지만 크리스챤은 딱 한명… 나 뿐이다.
그리고 그 크리스챤이라는 녀석이 보일 수 있는 것은 술자리에서 술 잔 안 받아 분위기 흐트리는 것 뿐이었다. ^^;
입사 초반부터 술 문제로 상사들과 부딪히고, 설득하고…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때 그렇게 부딪혔던 상사들이 지금은 콜라를 가장 잘 챙겨주신다는 것…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했던 나였기에 전산업체에 들어가서 프로그램을 코딩한다는 것은, 그것도 실제로 사용되어야 할 프로그램을, 무척이나 벅찬 일이었다.
정말 사람들 말로 “맨땅에 헤딩”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
실력으로 보여줄 수 없었던 그 답답함이란… 그 좌절감이란…
그 당시 유일한 나의 다짐은 “쫓아내기 전엔 절대 안 나간다!” 였다.. 후후..
그렇게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이젠 난 하나의 프로젝트과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든 경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 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함 많고, 실수 투성이인 초보 프로그래머 이지만, 여하튼 이 자리에서 1년 반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가 내가 1년 반 전 기도했던 그것들로 정확하게 이끌어 주신 것임에 너무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회사 생활과 업무에 익숙해 질 이 즈음하여 과연 이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시는 것일까를 고민해 본다.
언제나 날 좌절시키고 낙담시켰던 것은 크리스챤으로서 나의 무능력함이었다.
당장이라도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그 다짐은 아주 머나먼 미래의 꿈 이야기일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기만 한지…
실력 있는 사람도(물론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될 것이다!) 성실한 사람, 자기 희생적인 사람들도 왜 이렇게 많은지… 모든 사람들이 실력으로, 성실함으로 사회 생활을 해 나가는 이 곳에서 크리스쳔으로서 나의 설 곳이 어디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나님을 알고, 예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으로서 회사를 위해서 지금 나만이 할 수 있은 일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했다. 그것은 기도였다
실력에서 성실함에서 물러선다는 이야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만이, 하나님을 믿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믿는 하나님께 회사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 사장님을 위해서, 이사님,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크리스챤으로서 나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위해서 기도하며 변화되길 바라며 그 기대감으로 나아가야 겠다는 다짐들을 해 본다.
이러한 기대감이 없었기에 그토록 좌절되고, 낙담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대학을 다니며 사회에 나가서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꿈꾸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있는 그곳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빛내고 싶습니다. 무슨 일, 어떤 자리에 있던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 입니다. 좁고 편협한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가치관에서 빠지지 않고 넓고 커다란 일들을 생각하며 ,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회의 첫 발을 내디디면서 이러한 제 꿈을 그 곳에서 이루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챤으로서 제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 당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회사 입사를 위해 썼던 나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본다.
처음 다짐했던 그 마음들…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최고의 것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이심을 확신하며, 다시 한번 처음의 그 마음을 크게 되뇌어본다.

 

“크리스챤으로서 제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 당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From Joshua(200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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