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고향 친구들과 연락이 되었다.
직장다니는 다른 친구 녀석과 함께 졸업 후 알바맨으로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사실 여러 어려운 상황인 알바 친구인데, 제대로 연락도 못했던 처라 미안한 마음 뿐이다.
범계 역의 피자집에 도착하니, 노오란 주방 옷을 입을 친구 녀석이 맞아준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친구가 해주는 피자를 하나둘 받아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가만히 근석을 보니, 마음이 안타까워진다.
거기에 친구라는 이름만을 가진 내 모습이 너무도 가증스럽기만 하다.
조용히, '하나님, 아시지요? 주님께서 인석 잘 붙들어 주십시오' 기도해 본다.
막상 일을 해야 되는 알바 인지라, 얘기는 많이 하지 못하고, 그냥 이것저것 주는 것을 열심히 받아먹었다.
조그마한 피자 2판에, 샐러드에, 디저트 피자, 아이스 크림까지...
안타깝고,
부끄럽고,
친구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민망하기만 하다.
잔뜩 얻어 먹고는, 가기 전에 같이 친구 녀석과 나에게 피자 한판 씩을 포장해서 쥐어준다.
무슨 몇일을 굶은 자식들 잔치집에 불러 잔뜩 먹이고, 떡 싸주는 어미마냥.
나는 얼마나 베푸는 사람인가를 생각한다.
부족함 가운데에서도 베풀 줄 아는 이가 있는가 하면,
풍족함 가운데에서도 부족함을 탓하는 이가 있다.
부족하고 힘들기만 할 나의 친구를 통하여,
절약이라는 미명아래 풍족함을 베풀 줄 모르고 들어앉아 있는
거만하고 비열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From Joshua(03-08-02)
댓글